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우리 정부가 두 차례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일본은 양국간 신뢰 관계 손상, 전략물자 밀반출, 수출규제 관리 등 이유를 계속 바꿔가며 결국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2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의결 관련한 브리핑에서 그동안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 “지난 수십 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했던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 우리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일측 고위인사를 만났다”면서 “당시 우리측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일측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하여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간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설명과 정보 공유를 위해 양국간 협의를 조기에 개최할 것을 재차 제안했고 또한 그간 일본 정부가 지난 3년간 양국간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제시한 데 대해 그것이 우리측의 고의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설명했다”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측은 우리측 제안을 즉각적으로 거부했다. 그리고 일측은 현상동결합의 방안에 관해서도 즉각적인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어 “만약 20년 전에 일본이 오늘의 조치를 우리에게 취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환경 규제와 노동 규제와 관련한 문제점들 해결, R&D 투자 대폭 확대, 이러한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정책감사 면제,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우수한 해외 기술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장려책 시행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상생 차원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을 더 많이 구매해주고, 역량을 갖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성장하여 기술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상생의 환경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조치들은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핵심 소재 및 부품 분야에 대한 신규투자에 있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확신을 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지금의 세계는 다자 차원의 국제분업 체계로부터 자국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시기”라며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경제안보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윈스턴 처칠은 생전에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면서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하여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