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조정희 국가인원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이 농성장을 방문해 노동자, 병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접점을 찾지 못해 길어진 농성에 인권위가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조 소장은 대구 남구 영남대의료원을 방문해 영남대의료원 노조 등과 면담을 나눴다. 노조 측은 조 소장에게 “옥상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의식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건강도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조 소장은 “농성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옥상에서 농성 중인 박문진(56·여)씨와 송영숙(42·여)씨와도 면담을 가졌으며 농성현장 상황도 살폈다.
12년 전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전 영남대의료원으로부터 해고된 노동자 2명은 지난 1일부터 해고 간호사 복직과 병원 측의 노조 와해 진실 규명 등을 요구하며 70m 높이의 병원 옥상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영남대의료원은 2006년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사흘 동안 부분 파업을 한 노조 간부 10명을 해고했다. 이 기간 조합원 900여명 중 800여명이 동시에 노조를 탈퇴해 노조가 와해되기도 했다. 2010년 노무법인이 노조와해에 개입한 정황이 인정돼 해고자 7명은 대법원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간호사였던 박씨 등 3명의 해고는 정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함을 알렸지만 복직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옥상에 올랐다.
영남대의료원은 강경한 입장이다. 김태년 의료원장은 ‘교직원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에서 “농성 중인 해고자를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다만 영남대의료원은 최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제안한 제3자 사적조정안은 받아들였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 양측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인권위가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조정희 소장은 지난 1일 대구인권사무소장에 임명됐는데 첫 여성 대구인권사무소장이다. 대구인권사무소장을 맡은 후 첫 일정으로 대구의료원을 방문해 면담을 진행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