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도 안 나와… 다 무너졌다” 수몰사고 희생자 父의 호소

입력 2019-08-02 16:37

현대건설 직원 안모(29)씨는 지난달 31일 빗물펌프장 수몰사고 당시 공사장 인부들에게 위험상황을 직접 알리러 배수터널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쏟아진 빗물을 피하지 못하고 수몰돼 숨졌다. 안씨의 부친은 자식을 잃은 심정을 전하면서 서울시의 사고대처능력 부재를 비판했다.

안씨의 아버지는 2일 자신의 SNS에 “신문과 영화에서 봤던 일이 갑자기 덮쳐서 지금도 손이 떨리고 가슴이 메여온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책임을 회피한다”고 적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고맙고 잘난 아들이었다. 못난 부모 만났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의젓하게 철없는 엄마, 아빠를 더 많이 이해하고 챙겼던 아들”이라며 “부모 등록금 (부담) 덜어준다고 시립대에 들어가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네덜란드까지 교환학생으로 갔다왔고, 선배와 친구들이 취업 관문에 어려워할 때도 당당히 현대건설에 들어가 열심히 돈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피눈물이 맺힌다고 하지만, 피눈물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빈 백지 상태가 되었다”며 “어머니의 죽음 후 슬픔을 안으로 삭혔지만 자식의 죽음 앞에선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고 애통해했다.

이어 “지가 뭐라고 그 사지에, 죽음의 경계에 하청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40m 지하로 들어갔을까. 시공사 직원으로, 하청직원을 관리 감독한 아들도 위급상황을 카톡으로만 전달해도 됐지만 직접 구하러 갔다. 만약 아들이 이들(서울시·양천구)과 같이 지시만 했다면 직접적 책임자인 아들은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씨는 배수터널 안에 있는 공사장 인부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들어갔다.

그는 서울시와 양천구청의 책임회피도 지적했다. 부친은 “작업자가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 설정돼 있던 수문이 열렸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위험상황을 카톡으로 알렸다’며 책임회피만 한다”며 “이 공사를 최종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는 아직까지 가족에게 어떠한 사과도 한 적이 없다. 수문의 개폐에 책임이 있는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모든 잘못을 안전관리 미숙인 시공사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