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괜찮고 美는 안 된다?…日, 트럼프가 예고한 대중 추가관세에 ‘우려’

입력 2019-08-02 16:32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는 ‘내로남불’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신들의 조치는 필수적인 것이라며 한국 측 반발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이 취한 조치는 ‘국제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걱정한 것이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의향을 밝힌 것과 관련해 “경제에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추가 관세 부과가 미중 양국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등으로 영향이 확대될 것을 걱정한 발언이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급등)한 것에 대해 “환율 안정은 극히 중요하다. 시장을 주목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엔·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이러한 영향을 보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중국에 부과했던 2500억 달러 외에 3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위터 내용.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기존에 부과한 2500억달러 외에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자 중국에 보복 조처를 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아소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일본이 한국에 규제 강화 보복 조치를 단행하며 무역을 보복에 이용했음에도 미국의 대중(對中) 보복 조치는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 이중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시각을 우려했는지 그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이 한국에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먼저 선을 그었다.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양자 회담 전 만난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자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이라는 내용이 담긴 정상 선언을 주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7월 초 한국에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스스로 자유무역 이념을 버리고 ‘미국 따라하기식’ 통상보복을 한 모양새가 되면서 일본 정부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