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침략” “선 넘었다” “준비된 도발”… 여야 한 목소리로 日 비판

입력 2019-08-02 15:13 수정 2019-08-02 15:59

“한국 경제에 대한 기습적 침략행위.”(더불어민주당)
“일본이 기어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자유한국당)
“과거사와 경제·안보 모든 면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도발.”(정의당)

여야는 2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우리나라를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한데 대해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나 구체적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검토 카드를 꺼내든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기습적 침략’ ‘임진왜란’ 등의 표현을 동원해 일본은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일본의 이번 결정은 한국 경제에 대한 기습적 침략행위”라며 “우리 국민은 아베 정부의 행태에서 과거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침략의 역사를 떠올리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무모한 결정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들고, 외톨이가 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마저 교란시켜 결국 일본에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회피하고, 근거도 없는 ‘안보’를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일본의 결정으로 예상되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도 정쟁을 멈추고 국민과 함께 의연히 대응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일본 ‘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이웃나라로 규정한 이상 우리도 일본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신뢰 없는 관계를 갖고서 과연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겠다”고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자유한국당도 일본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본이 기어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대한민국 거의 모든 산업에 충격이 가해지는 사실상 일본의 무역전쟁 선포”라고 규정했다. 또 “G20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던 아베 총리의 말은 거짓임이 드러났고, 정치 외교 문제에 경제로 대응하는 표리부동한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이어 ”일본이 오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의결했지만 실제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한국당은 이번 일본 조치와 관련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일본은 지난 3월부터 보복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경고를 해왔지만, 문재인 정권은 한일갈등을 총선까지 끌고 가서 이용할 생각에 무대응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은커녕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국민들을 편가르기 했다”면서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버리고 오로지 총선에서의 사익만을 추구한 문재인 정권의 매국적 대응이야말로 이 난국 초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소미아 폐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정진석 한국당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문제, 무역 문제입니다만 군사‧안보 문제로까지 확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라면서 “여당 일각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보복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리스폰스(Response)로 (협정 폐기) 카드를 먼저 이야기하는데, 지소미아 폐기하는 게 왜 일본에 대한 보복이 되느냐. 그건 일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스스로 자해 행위이자, 자해 카드일 뿐”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각의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망동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정부는 향후 발생할 모든 사태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이번 결정은 양국의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쌓아온 신뢰를 무너트리고 역사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정부의 무모한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대화 거부 일변도의 자세를 버리고 한국과 외교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의 평화와 상호 번영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보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정보보호협정을 재연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어폐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한일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온 정의당은 한·일 안보 협력 재검토를 비롯해 양국의 역사문제를 정리할 ‘65체제 청산위원회’를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베 정권의 도발은 과거사와 경제·안보 모든 면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도발”이라며 “아베 정권이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을 도발하는 최종 목적지는 전쟁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 일본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및 한·일 안보 협력 재검토,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 개혁과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 대통령 직속 ‘65체제 청산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전후 일본 체제를 만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불평등한 한일관계를 규정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우리는 식민잔재를 청산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며 “65체제 청산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일본과의 가해-피해 관계를 재평가하고, 신 한일관계를 정립하는 일련의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