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日 결정 엄중 우려” vs. 고노 “韓 불만 근거 모르겠다” 방콕서 충돌

입력 2019-08-02 13:59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일본이 2일 오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국)에서 제외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방콕에서 설전을 벌였다.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2일 오전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모두발언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강경화 장관, 고노 다로 외무상 순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강 장관은 “오늘 아침 포괄적인 수출 우대조치를 받는 무역상대국 목록에서 일방적이고 임의로 한국을 제외한 일본의 결정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결정을 엄중히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과 통상의 자유로운 흐름을 확대시켜 우리가 공유하는 파이의 조각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의 지역에서 이러한 근본 원칙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일본의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31일 채택한 공동성명에 표현된 우려도 함께 언급했다. 강 장관은 “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 시스템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주요 무역 파트너들 간의 긴장 고조에 대해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31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표현한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언급한 성명의 28항에는 “주요 교역국 사이에서 발생한 무역갈등을 우려하며 WTO(세계무역기구)에 구체화된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규칙을 따르는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한다”고 돼있다.

뒤이어 발언권을 넘겨받은 고노 외무상은 “나는 아세안 친구들로부터 우리의 수출 관리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듣지 못했다”며 “한국은 우리의 아세안 친구들보다 더 우호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고 누릴텐데 강경화 장관이 언급한 불만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민감한 재화와 기술의 수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일본의 책임”이라며 “일본의 수출 통제 관련 필수적이고 합법적인 점검은 WTO 합의와 관련 규정을 포함한 자유무역 체제와 전적으로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다자 무역체제를 지향하는 WTO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이다.

한편 고노 외무상은 한국만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합리적인 이유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