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 쾌활하던 모습 기억나…” ‘목동 참사’ 희생자 부검 실시

입력 2019-08-02 11:55 수정 2019-08-02 12:07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을 마친 119 구조대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지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빗물저류배수시설 사고에 대해 경찰이 사망자 부검을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 양천경찰서 수사전담팀은 사망자 3명의 유족 동의를 얻어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신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은 예측할 수 있지만,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전담팀은 부검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 뒤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입건하는 방침을 고려 중이다. 정확한 법리 검토를 위해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관도 전담팀에 투입됐다.

경찰은 또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등 10여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터널 내 배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다음주 중 경찰은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희생자 유족 측은 여전히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고 당일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건설과 양천구에 대한 분통도 터트렸다. 협력업체 직원 구모(65)씨 유족 측은 이날 오전 “서울시와 지자체 담당자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시공사 등에도 안전 매뉴얼과 사건 경위 등을 서면으로 따로 요청했는데 아직 못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직원 안모(30)씨의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충격에 빠져 빈소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직원들은 동료였던 안씨에 대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노조는 2일 사내 게시판에 “너무나도 큰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돕기 위해 임직원 모금행사를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직원이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뿐”이라며 “직원들이 다같이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금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입사 5년차로 평소 밝고 성실한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안씨가) 신입사원 때 얼굴을 봤었다. 그때 쾌활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