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000억달러 중국산 추가관세’…“中 펜타닐에 미국이 죽어간다”

입력 2019-08-02 10:54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동안 이어진 휴전을 깨고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사실상 모든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농산물 수입 약속을 어기고, 미국의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협상 중에 미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나머지 3000억 달러 제품에 대해 9월 1일부터 10%의 소규모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3250억 달러 어치에 대해서도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대표단이 건설적 협상이 진행된 중국에서 방금 돌아왔다. 우리는 중국과 석달 전에 합의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슬프게도 중국은 서명 전에 재협상을 결심했다”며 최근 상하이 무역협상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대규모로 사들이기로 합의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내 친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펜타닐의 미국 판매도 막겠다고 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미국인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말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수백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으며, 이 물량이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고 지난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몇몇 중국 기업이 지난 19일 이후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수수 등의 농산물을 새로 구매하기 위해 가격을 문의했고, 일부 농산물 구매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에도 트윗에서 “중국은 우리 농산품 구매를 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합의에 이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관세가 10%에서 단계적으로 인상돼 25% 이상으로 오를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반드시 그렇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미국인이 죽어가고 있다”며 미국 사회의 최대 사회문제인 ‘펜타닐 중독’ 문제를 거론한 것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을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펜타닐 물질을 미국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중국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중국산인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요구해 왔으며,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규제를 약속하자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시 주석이 당초 ‘펜타닐 규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펜타닐을 아편과 같은 마약이라고 규정하며 “마약이 우리 국민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훨씬 강력한 독성을 지닌 오피오이드로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오피오이드의 70% 가량이 펜타닐이다.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남용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미국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는 6만3000명에 이르며, 이중 2만명 가량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된다.

2017년 2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펜타닐: 중국의 치명적인 대미 수출품’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약·화학공장에서 제조된 펜타닐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밀수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19세기 중반 청나라와 영국이 아편 수입 금지를 둘러싸고 충돌했던 아편전쟁에 빗대 서방과 중국의 처지가 바뀐 ‘신 아편전쟁’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