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을 향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 측에 ‘대화하러 나오라’며 압력을 넣은 것이다.
유 본부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1일 도착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RCEP의 기본정신에 어긋나고 나아가 역내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3일 개최되는 RCEP 장관회의에 참석해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RCEP 장관회의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26개국 통상장관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세코 경제산업상에게 RCEP 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만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이 대화 자리를 거절하면서 사실상 한일 양국이 만날 자리가 없어졌다. 이에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대화와 협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면서 “일본이 조속히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코 경제산업상이 “RCEP는 수출규제 조치와 상관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유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며 반박했다. 그는 “RCEP가 추구하는 정신은 역내국 간의 교역 자유화”라며 “그래서 작년에 RCEP 정상들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무역체제를 만드는 데 합의했고 이런 바탕에서 교역 자유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RCEP가 추구하는 방향과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RCEP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며 RCEP 국가들에도 우려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RCEP 16개 회원국들은 교역자유화를 목표로 협상하고 있다. 각국은 본회의에서 그간의 협상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접근 및 주요 규범 분야에서 연내 타결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