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비축·국경수비대 보강…英 ‘노딜’ 대비 3조 더 쏟아붓는다

입력 2019-08-01 17:35

오는 10월 말 영국 정부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위해 21억 파운드(약 3조233억 원)의 추가 예산이 편성됐다. EU 탈퇴를 예고한 보리스 존슨 총리의 강경 기조가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야당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준비 예산 21억 파운드를 추가로 배정했다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긴급 편성된 추가 예산은 의약품 비축, 국경수비대 인력 500명 추가, 공항·항만 기반 보강, 브렉시트 이후 대중·기업에 대한 캠페인 등에 사용된다. 재무부는 핵심분야에 11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즉시 현금으로 집행하고, 필요하면 예비자금 10억 파운드(약 1조4000억원)를 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딜 대비 지출 규모는 테리사 메이 총리 내각 때의 42억 파운드에서 63억 파운드로 50%까지 증가했다. 가디언은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당당하게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추가 예산 배정에 대해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내각 후보 존 맥도넬 의원은 가디언에 “영국 정부는 노딜을 배제하고 수십억 파운드를 학교, 병원, 주민 등을 위해 쓸 수도 있었다”며 “노동당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경제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소속의 메그 힐리어 의원도 “보리스에게는 납세자의 돈을 물 쓰듯 할 권한이 없다”며 “예산 집행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브렉시트 재협상을 위한 공식적인 움직임에도 돌입했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수석보좌관은 이날 EU 측 고위관계자들과 만남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10월 31일 EU를 탈퇴할 것”이라는 존슨 총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협상 여부를 타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전날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EU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