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정부 대만 여행금지령’에 거센 반발…“뭐가 그리 두렵나”

입력 2019-08-01 17:18 수정 2019-08-01 17:34

대만 외교부가 1일 전날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대만 개인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중국은 대체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가”라며 반발했다.

조지프 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자국민들이 자유롭고 개방돼 있으며 일상생활 속에는 관용이 자리 잡은 사회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당면한 양안(중국과 대만)관계에 비춰 8월 1일부터 47개 도시에 거주하는 대륙 주민의 대만 개별 여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대만 여행 자유화 조치 후 베이징·톈진·상하이 등 47개 도시 호적 보유자에 한해 개인 여행을 허용해왔다.

중국 당국이 지난 2016년 대만 대선에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후 ‘유커(중국인 관광객)’ 통제 카드를 줄곧 대만 압박의 무기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국민 관광 제한 조치는 대만에 큰 손실를 입힐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대만 이민국을 인용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개별관광객이 약 107만명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63만3000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개별 방문했고, 대만 관광당국은 올해 130만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개인여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여행사협회는 내년 1월 대만 대선 후에도 중국 측 규제가 남아있을 경우 중국인 개인여행객이 70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실액만 280억 대만달러(약 1조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국 관계는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이에 맞선 중국의 대만해협 인근 군사훈련, 대만 정치권의 홍콩 반중(反中) 시위 옹호 등으로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현지에서는 중국이 이번 조치로 반중 성향의 대만 정부에 타격을 입혀 코앞으로 다가온 대만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민 통제를 ‘양안 대결’의 장으로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사회 전반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녜천시 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은 최근 검열책임자 회의에서 “모든 만화영화와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지지할 수 있도록 매순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모든 대사, 모든 순간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경찰은 중국인을 돼지 머리의 인간으로 묘사해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인후이성에 거주하는 만화가 장둥닝(22)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