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자리 창출 등 계약내용 지나치다”며 계약 당일 내용 변경 요구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31일 오후 1시쯤 ‘새만금 산업단지 투자기업 입주 잇따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밀 계측기 생산 업체인 동호코스모와 전기차 부품업체 나노스라는 기업 2곳이 새만금 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오후 3시30분쯤 새만금개발청은 해당 자료의 보도를 중지해달라며 수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정 배포된 보도자료에선 나노스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동호코스모라는 한 개 기업만 입주 계약을 완료했다는 보도자료로 바뀐 것이다.
보도자료가 갑자기 수정된 배경에는 기업의 ‘변심’이 있다. 1일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정부는 새만금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5년간 토지를 싼값에 임대하고, 기업이 일자리 창출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토지임대료는 3.3㎡당 약 4000원 수준으로 다른 산업단지 임대료보다 수 배나 저렴하다. 올해 들어 신재생에너지·바이오 분야 6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임대료가 싼 대신 입주기업이 사업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종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5년간 할인받았던 토지임대료를 기업이 위약금 형식으로 내야 한다.
나노스는 새만금개발청과 협의 끝에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기차 배터리팩, 전기 특장트럭 제조시설을 짓기로 하고 입주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5년 동안 산업단지 1공구 장기임대용지 6만4000㎡에 약 250억원을 투자하고 130여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제조 공장 확대 등의 사업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지난 31일 오후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나노스 관계자들이 돌연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5년 내 제조 공장을 확대하고 13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였다.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위약금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새만금개발청은 나노스의 요구가 사전에 합의했던 내용과 정반대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기업 스스로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부가 부실 위험을 안고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이 불발되면서 새만금개발청은 급히 보도자료를 수정해야만 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를 마친 계약 내용이었는데 사인 직전에 수정해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개발청은 부실기업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최대한 방지할 방침이다. 새만금산업단지 입주를 원하는 기업 수요가 충분한 터라 내실있는 사업계획을 제출한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부실 기업이 입주해 다른 기업까지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정부로부터 일종의 혜택을 받은 기업은 성실하게 사업을 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