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울·부산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0곳의 일반고 전환 여부를 2일 발표한다. 대다수가 진보 교육계로부터 ‘고교 생태계 교란’ 학교로 지목된 ‘이명박표 자사고’여서 무더기 지정 취소 사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서울의 경문고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부산의 해운대고 최종 심의 결과를 2일 발표한다”고 1일 밝혔다. 박백범 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1시45분 발표하기로 했다.
경문고(자발적 일반고 전환 요청)를 뺀 나머지 9곳은 교육청 재지정(운영성과) 평가에서 낙제한 곳이다. 교육부는 1일 장관 자문기구인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고 이들 10곳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여부를 심의했다.
10곳 모두 교육부 ‘동의’를 받아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 지역 9곳은 이명박정부에서 만들어진 자사고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난 서울 지역 자사고가 문제”라고 말해 이번 자사고 평가의 실질적 타깃이 서울 자사고란 분석이 나왔다.
부산 해운대고는 김대중정부에서 만들어진 원조 자사고 중 하나다. 상산고처럼 전국에서 학생을 뽑아오다 이명박정부 때 지역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취지 등으로 광역단위(부산) 모집으로 전환했다. 이후 대입 실적 등에서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올해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평가기준점 70점에 한참 모자란 54.5점이었다. 서울·부산교육청은 전북교육청과 달리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반영해 평가했다. 일부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15점 넘는 점수차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적 여건도 학교들에게 불리하다. 상산고의 경우 전북 지역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으며 여야 의원 151명이 “일반고 전환 반대”라며 유 부총리를 압박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할 여지가 있었다. 반면 서울·부산 정치권은 이들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교육부는 서울·부산교육청과 각 세우기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교육부 ‘부동의’ 결정은 교육청 평가를 뒤집는 일이다. 교육감 체면은 구겨진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과는 이미 ‘적’이 된 상황이다. 교육부가 서울·부산으로 전선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한꺼번에 10곳이 일반고로 전환되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한두군데 ‘배려’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자사고 폐지 효과에는 의문 부호가 찍힌다. 정부는 고교서열화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실제 입시 명문으로 행세하는 ‘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전부 살아남았다. 이들의 입지는 더 단단해졌으며 이들 학교를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덩달아 사교육 저연령화도 심화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달 중하순 일반고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대입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