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사업자가 ‘공유 주방’에서 만든 음식의 유통·판매가 첫선을 보인다. 지난달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 특례를 부여받은 지 3주 만에 서비스가 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CT 규제 샌드박스 지정기업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브랜드명 위쿡)가 공유주방을 이용한 요식업 비즈니스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민간 최초 공유주방 사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특례를 부여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빨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스타트업이 제품을 만들고 매출을 올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례 지정을 받아도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업체가 설비를 확충하고 공유사업자 선정에 발 빠르게 나서면서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제품과 서비스가 기존 규제로 인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할 경우, 유연한 대처를 통해 실증 특례나 시장 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혁신방안이다.
이로써 단일 주방 시설을 복수의 사업자가 공유하고, 위생이 검증된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소비자에게는 물론,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해서도 유통·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상으로는 동일 주방을 다수 사업자가 공유하는 창업이 불가능하고, 공유주방에서 제조‧가공된 식품을 최종 소비자가 아닌 다른 유통기업들에게 판매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주방 구획을 나누어 개별 사업자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위쿡은 이용자 및 입주·유통업체의 안전과 피해 보상을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한편, ‘단상 다이닝’, ‘수키’ 등 요식업 스타트업과 함께 공유주방에서 만든 제품을 이달 안에 다른 레스토랑과 온라인 마켓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는 공유주방 서비스를 통해 요식업 스타트업의 초기 창업비용이 절감되면서 시장진입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거쳐 식품위생법 등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향후 다른 공유주방 생산식품의 B2B 유통‧판매를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서울 종로 위쿡 사직지점 오픈식에 참석한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자본은 없지만 자신만의 비법을 통해 공유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