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사태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진실공방으로 확산됐다. 연맹의 항의 서한을 받은 유벤투스는 사과나 계약 불이행을 언급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 답신을 보냈다. 연맹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틈에 입장권 환불과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인단은 유벤투스 방한 경기의 주최사인 더페스타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계약서 원문 공개를 요구했다.
연맹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사태의 핵심은 유벤투스가 계약사항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을 보장했지만 실제로 단 1분도 출전하지 않은 점에 있다”며 “유벤투스는 연맹의 항의 서한에 대한 답신에서 사과를 단 한마디도 포함하지 않았다. 유벤투스의 후안무치에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맹은 호날두의 노쇼와 팬미팅 불참, 유벤투스의 킥오프 시간 57분 지연과 경기 시간 축소 요구, 이 과정에서 경기 취소를 언급하며 자행한 ‘갑질’에 대한 항의 서한을 지난 29일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사무국에 발송했다. 유벤투스의 답신은 이틀 만인 지난 31일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 명의로 권오갑 연맹 총재에게 돌아왔다.
유벤투스는 “수많은 관중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좋은 경기를 선보였고, 항공편 지연과 교통체증 등의 외적인 사유로 경기장에 지각했다”며 “호날두의 결장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구단 의무진의 의견에 따랐다. 호날두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약 위반으로 주장된 사항들을 구단 법무진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답신은 사과나 유감 표명이 아닌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한 통보에 가까웠던 셈이다.
유벤투스는 “선수단이 경기 당일인 지난 26일 항공편 지연으로 인천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입국심사에 1시간30분이 소요돼 오후 4시30분 서울의 호텔에 도착했다. 선수단 버스에 경찰이 수행하지 않아 교통체증에 2시간가량을 시달렸다”며 “이런 일은 우리 경험상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유벤투스 선수단 76명 전원의 입국심사가 26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확인됐다. 연맹은 오후 6시30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이 호텔에서 출발한 시점은 오후 6시15분이었다”고 반박했다.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서는 “출전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교체선수로 명단에 포함해 벤치에 앉힌 것은 명백한 기만”이라며 “유벤투스의 모든 관계자가 호날두의 출전 의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벤투스는 지금까지 아무 설명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맹과 유벤투스 사이에서 1주일간 공방이 벌어진 틈에, 유벤투스 방한 경기를 관전했던 관중들은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호날두 사태 소송카페’ 법률지원단은 이날 서울 강남구 더페스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과와 입장권 전액을 환불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9일 인천지법에 더페스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원고 1명당 107만1000원씩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더페스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