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도 호투를 이어갔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그 동안 이곳에서 기록한 부진을 씻어냈다. 영리한 투구로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였다. 평균자책점을 1.74에서 1.66으로 낮춘 류현진은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해 승패 없이 등판을 마쳤다. 9회 초 5점을 대거 뽑아낸 다저스는 5대 1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그 동안 쿠어스필드에서 부진했다. 2013년 데뷔 이후 이 구장에 5번 등판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9.15를 기록했다. 완벽 투구를 이어오고 있는 올 시즌에도 쿠어스필드에선 약했다. 지난 6월 29일 등판해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과거 기억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었다. 6이닝 동안 콜로라도 타선을 상대로 무실점의 완벽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의 승부도 이겨냈다. 아레나도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23타수 14안타(2홈런) 10타점으로 타율 6할(0.609)을 기록 중일 정도로 그동안 류현진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은 아레나도를 땅볼 2개와 뜬공 1개로 돌려세웠다.
기존과 다른 영리한 투구 패턴으로 나선 게 주효했다. 류현진은 이날 커터(27개·33.8%)와 체인지업(23개·28.8%)을 주로 던졌다. 지난 6월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가장 많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28개·34.6%)의 비중은 13.8%(11개)로 낮췄다. 해발 1610m에 위치해 장타가 잘 나오는 경기장 특성을 고려한 땅볼 유도형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체인지업과 커터의 감각이 아주 좋았다. 상대 타자들은 강한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며 류현진의 구질을 칭찬했다. 류현진도 “82~83마일로 기록된 (커터는) 모두 슬라이더였다. 스피드가 커터보다 낮으면서 각도가 큰 구종을 예전부터 던지고 싶었는데 오늘 잘 통했다”고 말했다.
한‧미 통산 150승 대기록 작성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지만 ‘약점’으로 지적됐던 쿠어스필드를 극복한 류현진은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유력한 경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부상자 명단(IL)에 올라있는 가운데 류현진은 MLB에서 유일한 평균자책점 1점대(1.66)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도 NL 1위(0.94)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