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10년7개월 만에 금리인하… “보험성격”

입력 2019-08-01 14:3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호황기인 미국이 통상 경기침체 대응 수단인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건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25% 포인트 내린 2.00~2.25%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보통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 수단으로 쓰인다. 하지만 현재 미국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인 데다, 증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라는 평가받는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갈등, 세계적인 경기둔화 흐름에 대응 성격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 확장과 강력한 고용,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중간-사이클’(mid-cycle) 조정으로 생각한다”면서 “명확히 보험적 측면(insurance aspect)”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인하가 장기적인 성격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장기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면서도 “(인하가) 단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하락으로 마감했다. 지속적이고 장기적 금리 인하를 기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 포인트(1.23%) 급락한 2만6863.27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2.80포인트(1.09%) 하락한 2980.38, 나스닥은 98.19포인트(1.19%) 떨어진 8175.42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이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수차례 압박하며 사실상 ‘0.5% 포인트 빅컷’을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파월이 기대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시장이 파월 의장과 연준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인하)이 중국과 유럽연합,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장기적·공격적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하지만 적어도 그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던 양적긴축은 끝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