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폭행 거짓 트윗, 난 이런 일본이 부끄럽다”

입력 2019-08-02 00:05
“숨 쉬듯 거짓말을 내뱉는다.”

서울역 일본인 집단폭행 거짓 트윗 사건을 놓고 의식 있는 일본 네티즌이 내놓는 한탄이다.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이후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선인을 학살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 똑같이 답습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또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나선 우리 언론을 부러워하는 반응과 거짓말을 일삼고 이를 다시 퍼나르는 일부 일본인에 대해선 부끄럽다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서울역 일본인 집단폭행 트윗 사건의 발원지였던 트위터

논란은 ‘takashi7753’라는 일본 네티즌이 지난달 26일 올린 트윗에서 시작됐다.

그는 ‘서울로 여행을 가시는 분께, 오늘 친구가 서울역 근처에서 한국인 남성 6명 정도에 둘러싸여 뭇매를 맞았다. 경찰서에 갔지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 원래는 내일까지 여행이지만 오늘 마지막 비행기편으로 귀국한다. 한국으로 여행가는 분은 부디 조심하라. 부산도 걱정이다’라고 썼다.

그의 트윗은 일본 넷우익을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급기야 한·일 갈등의 불에 기름을 부운 꼴이 됐다. 며칠 만에 1만1300여개의 좋아요가 붙었고 1만700여회 리트윗됐다.

논란이 커지자 우리 언론들이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역 관할 경찰서는 물론 일본대사관과 한국철도공사 등에서는 비슷한 사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인 청년 6명이 일본인 여행객 한 명을 집단폭행했다면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알렸을 가능성이 높지만 인터넷 어디에도 이런 제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즉 거짓 트윗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takashi7753 계정이 삭제됐다. 거짓이 들통 나자 누군가 계정을 삭제하고 줄행랑을 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네티즌들조차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퍼나르는 넷우익의 행태에 혀를 차고 있다. 1일 일본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의견이 잇따랐다.

“이런 녀석들이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조선인을 학살한 무리지.”
“진정한 보수는 루머도 사실처럼 존중하는 것인가.”
“저런 애들 매일 루머 퍼나르고 도망치지.”

팩트 체크 나선 JTBC. 방송화면 캡처

“일본인이 또 거짓말 쳤나.”
“한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집단폭행이 있었는데 목격자 제로.”
“넷우익 거짓말 국제적인 기사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뉴스에서 팩트 체크 코너가 있어서 루머 확산이 억지된다. 부럽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트위터에는 거짓 루머가 횡행한다고 믿겠지.”

“아주 모범적인 우익이다.”
“‘조선인 우물에 독’ 이후 발전하지 못한 일본인.”
“트윗의 거짓말. 1000명 중 1명 정도밖에 믿지 않더라도 계속된다면 영향력이 커진다.”

“넷우익의 뇌망상”
“이것이 겸손하고 품격 있는 평균 일본인이구나.”
“루머→패배→도주. 대단히 짧은 시간에 이뤄졌군.”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라는 넷우익. 냉정하게 생각하면 넷우익이 던진 부메랑이다.”
“넷우익은 모두 정신병원에 넣어라.”
“타인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달콤한 넷우익. 타인은 그리 두들겨 패면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면 발광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