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31일(한국시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처음 나온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 감싸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북 강경파였던 볼턴 보좌관의 180도 달라진 변신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볼턴 보좌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여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볼턴 보좌관의 입을 통해 북한의 31일 미사일 발사도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 5월 두 차례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다르게 본다”고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직격탄을 쐈다. 이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도 없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북한을 감쌌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대북 강경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는 경질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위기에 빠져 있던 볼턴 보좌관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스탠스와 무관하게 자리 보전을 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에 입성하기 이전에 대북 선제공격론을 주창했던 ‘슈퍼 매파’ 인사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지난 6월 30일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에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었는데, 진정한 외교가 언제 시작될지, 그리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언제 시작될지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에는 진전이 없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대답을 기다리는 상황이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