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간) 약 11년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대를 저버렸다”며 금리인하 폭이 작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연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FOMC 종료 후 성명에서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에 대한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는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력한 노동시장 여건, 대칭적인 2% 목표 주변에서의 인플레이션 등이 가장 유력한 결과라는 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날 금리 결정 투표에서는 10명의 FOMC 위원 중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나머지 8명은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연준은 “경기 전망을 위한 정보(지표)의 함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추가로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연준은 “현재 경제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강하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
또 연준은 당초 9월말로 예정됐던 보유자산 축소 종료 시점을 2개월 앞당겨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보유자산 축소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달러화를 회수하는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돈을 풀어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의 정반대 개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는 “명확히(definitely) 보험적 측면”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파월 의장은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면서도 “나는 그것(금리인하)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인 연쇄 금리인하의 신호탄은 아니지만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시장이 연준과 파월 의장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인하)이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파월 의장이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늘 그렇듯이 파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지만 적어도 처음부터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양적 긴축은 끝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FOMC 회의 시작 전날에도 기자들을 만나 “나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원한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비친 바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