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초등학교·유치원의 행정업무를 병행하면서 ‘겸임 수당’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무원 보수 규정상 근거가 없다면 민사소송으로 지급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최형표)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 183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원고들은 2015년 9월~2018년 5월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겸임발령 없이 병설 유치원의 행정업무도 해왔다. 이들은 “겸임에 따른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해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병행 업무에 대한 근로를 무상 제공 받았으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가져간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은 관련 법령에 근거가 명시돼 있어야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공무원의 보수인 수당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보수는 국가·지방공무원법의 보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지급할 수 없다는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따라야 한다”며 “현행법으로는 일반직 공무원의 겸임 수당 지급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공무원 수당을 지급할 경우 ‘공무원 법정주의’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질이 수당 청구인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일부라도 받아들인다면, 국회·지방의회를 통해 예산상 고려가 반영된 법률로 공무원의 근무조건을 정하게 한 ‘근무조건 법정주의’와 공무원 보수 지급의 원칙을 정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11일 ‘서울특별시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겸임수당 지급 조례’를 공포하고 지난 5월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병설 유치원 업무를 겸임한 초등학교 지방공무원 등에게 월 5만원의 겸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