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빼고 다 출전” 유벤투스 적반하장 답신… 계약 언급 없이 불평만 잔뜩

입력 2019-08-01 09:43 수정 2019-08-01 10:25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가 ‘방한 경기에서 거만했고 한국 팬에게 무례했다’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 서한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되받았다.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이 권오갑 연맹 총재 앞으로 보낸 답신을 통해서다. 아넬리 회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단 한 선수만 출전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계약서에 명문화된 ‘호날두의 최소 45분 출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1일 “권 총재 앞으로 발송된 아넬리 회장의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넬리 회장은 서신에서 “호날두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왔다. 팬들을 거만하게 무시했고 무책임했다는 항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벤투스의 어느 누구도 K리그, 대한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에 오명을 안기길 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넬리 회장은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 “중국 난징 경기를 소화한 뒤 서울에서 경기할 때까지 시간차가 48시간에 불과해 근육에 피로가 쌓였다.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의무적으로 쉬어야 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맹 관계자는 “호날두의 최소 45분 출전을 명시한 계약서상 의무와 관련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넬리 회장은 킥오프를 57분이나 지연한 유벤투스의 지각에 대해 당시 한국 도착 지연과 서울의 교통체증을 앞세워 둘러댔다. 아넬리 회장은 “유벤투스가 오후 4시30분 호텔에 도착했다. 휴식하거나 준비운동을 할 시간도 없었다”며 “선수단 버스에 경찰 에스코트가 제공되지 않아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코치가 2시간가량을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우리 경험상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에 지각했고, 계약서상 최소 45분 출전을 약속했던 슈퍼스타 호날두를 투입하지 않았다. 앞서 호날두는 경기에 앞서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팬미팅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유벤투스는 한국에서 12시간여를 머무는 동안 약 30억원을 챙겨 이탈리아로 떠났다.




연맹은 지난 29일 유벤투스와 구단의 상급 단체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사무국에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유벤투스의 방한 태도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무례하고 오만했다. 공문에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유벤투스는 방한 경기에 앞서 연맹에 ‘전·후반을 각각 40분으로, 하프타임을 10분으로 축소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협박에 가까운 ‘갑질’도 자행했다. 김 팀장은 “유벤투스가 ‘시간 축소를 수락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요구했지만 연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맹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넬리 회장의 답신은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호날두 사태 소송카페’ 법률지원단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유벤투스 방한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의 서울 강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단장을 맡은 김민기 변호사는 “더페스타에 유벤투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맺은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과와 입장권 전액 환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