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은 일본에서 무사히 전시될 수 있을까

입력 2019-08-01 06:01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앞서 소녀상의 축소 모형이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 전시됐다가 철거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완전한 형태의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김운성 작가 제공


‘평화의 소녀상’이 이번에는 일본에서 무사히 전시될 수 있을까.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가 공동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1일 공식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됐다. 앞서 소녀상의 축소 모형이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 전시됐다가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완전한 형태의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2010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는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일본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예술제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전은 2015년 1월 도쿄 후루토 갤러리에서 열렸던 ‘표현의 부자유전’의 후속이다. 2015년 당시 일본군 위안부나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전시하지 못했던 작품 등 17점을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소녀상 등 위안부 관련 작품에 눈길이 가지만 아이치현 트리엔날레가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것은 일본 사회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일본 예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왕(천황)의 전쟁 책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난징학살, 야스쿠니 신사, 개헌 등의 문제를 다루면 ‘정치적 표현물’이란 이름 아래 공공연하게 검열이나 수정이 이뤄지는가 하면 전시 철거나 상영 중지까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정권에 들어와서는 표현의 자유가 한층 억압받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2012년 5월 카메라 회사 니콘이 운영하는 도쿄와 오사카의 갤러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안세홍 작가의 종군 위안부 사진전이 갑자기 취소되는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우익들의 압력으로 니콘이 전시회를 취소한 후 가처분소송을 통해 도쿄 전시회는 열릴 수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진보적인 일본 시민들이 안 작가의 재판을 지원했고, 이후 ‘표현의 부자유전’ 개최로 이어지게 됐다. 여기에 안 작가 사건이 발생하고 3개월후 도쿄도미술관에서 열린 제18회 잘라(JAALA) 국제 교류전에 축소 모형으로 처음 전시된 소녀상이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도중에 철거당했다.

2015년 개최된 ‘표현의 부자유전’은 안 작가의 위안부 사진과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의 소녀상 모형을 비롯해 천황, 개헌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전시회장에서 쫓겨난 경험을 공유한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전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예술감독이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회 측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소녀상의 경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청동 소녀상의 ‘원형’에 해당하는데, 이번에 소녀상 옆의 빈 의자와 평화비 표지석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당초 2015년 전시회 출품을 위해 들여왔다가 지금까지 보관되어 온 것이다.

한국미술 연구자인 후루카와 미카는 이번 전시 팜플렛에서 “주최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 전시회장에서 사라진 소녀상은 일본의 역사인식과 표현을 둘러싼 ‘부자유한 상황’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녀상을 비롯해 지바현 조선학교 학생의 그림, 니콘이 전시를 거부했던 안세홍 작가의 사진 등 위안부 관련 작품이 3점 전시된다. 또 군마현에 있는 조선인강제연행희생자추도비를 모티브로 한 시라카와 요시오의 조형작품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2017년 일본 군마현 근대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다가 거부당했다.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일본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 측은 일본 우익의 항의 등에 대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또 전시회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교대로 전시장을 찾아 우익의 방해나 공격에 대응하기로 했다. 소녀상을 비롯해 이번 전시회가 예정된 10월 14일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