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비핵화시 북한산 물품 무관세’ 약속

입력 2019-07-31 17: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당시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향후 미국이 수입할 북한산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 아사히신문은 31일 북한 정세에 정통한 한국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북한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에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차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경제발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측에 경제발전을 제안해왔다며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경제적 혜택을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관측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대외무역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먼저 유엔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이상 실현되기 어려운 약속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설령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양측 산업 구조상 북한산 물품이 미국의 전체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할 수 밖에 없어 북측에도 크게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다. 신문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이 같은 특혜를 제안한 이유는 내년 미국 대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남겨두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또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미국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중국 사이에 북한의 경제건설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 관계자를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신의주 경제특구의 진흥을 위해 지원에 나설 의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한 한국 관계자의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 기업의 북한 시장 지원에 대비해 1년 이내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안건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발언도 함께 전했다.

신문은 취임 후 지난 2014년 북·중 관례를 깨고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등 북한과 거리를 둬 온 시 주석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자국 안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미국에 대한 방패로 남겨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