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주일 새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31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군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여지는 남겨뒀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6분과 27분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두발을 쏜 지 6일 만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사 5시간 만인 오전 11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NSC는 회의 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이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들은 우리 군에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지난 25일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단순한 우려 대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청와대는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깨지 않는 차원에서 최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일주일 내 두 차례나 미사일을 쏜 것을 감안해 정례 상임위가 아닌 긴급 상임위가 열렸다”며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고 군에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를 강조한 부분을 봐야 한다.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안보 도발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 25일에 비해 청와대의 대북 메시지 수위가 강해진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국방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북한을 겨냥한 가장 강한 표현을 한 셈이다.
정 장관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 성능 범위에 들어 있다”며 “모든 작전운영시스템도 북한보다 우리가 월등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핵, 미사일만이 아니다. 포괄적 안보개념에 근거해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장관의 발언과 NSC 상임위 결과를 종합하면 향후 북한을 향한 정부의 대응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NSC 상임위원들은 지난 6월 말 남·북·미 3자 정상회동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남측이 우려를 표한다고 해도 문재인정부가 일궈온 평화프로세스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평화 분위기를 깨지 말고 외교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