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아동학대 신고한 날 고장난 어린이집 CCTV…경찰 판단은

입력 2019-07-31 17:11
YTN 캡쳐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날 CCTV 영상 저장장치를 버린 뒤 “고장 났다”고 주장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된다는 경찰 판단이 나왔다. 다만 CCTV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는지는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1일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를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4월부터 한 달가량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3세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동 부모는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던 자녀의 몸에서 타박상으로 추정되는 피멍 등이 계속 발견되자 5월 23일 어린이집을 관악구청에 신고했다.

구청은 신고가 접수되자 해당 어린이집에 정기점검을 하겠다고 미리 알렸다. 사흘 뒤 점검에 나서 CCTV를 요청한 구청은 어린이집으로부터 “CCTV 영상 저장장치가 23일 고장이 나서 밖에 버렸는데 그것을 누군가 가져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 부모는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에 “아동학대 CCTV만 고장 나면 무죄?”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려 해당 어린이집이 학대 사실을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CCTV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글을 읽은 많은 네티즌들은 구청의 절차가 잘못된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에 구청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상 어린이집 원장이 있어야 CCTV를 확인할 수 있어 ‘정기점검’이라고 사전에 통보한 뒤 현장을 점검하는 것이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청원인의 주장에 따라 수사를 벌였으나 CCTV가 고의로 훼손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는 확인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어린이집을 압수수색했으며 디지털포렌식도 진행했으나 CCTV를 일부러 훼손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원장이 CCTV 영상 저장장치를 버렸다가 분실했다는 어린이집 외부에도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하지만 피해 아동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원장 A씨의 학대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함께 고소된 다른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영유아보육법상 CCTV 영상 보관 의무를 위반하고 CCTV 관리에 소홀했다며 과태료 75만원이 부과됐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