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나홀로 ‘성장’ 떠받치는 중
지출 종류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 달라
전문가들 “정부투자는 구축효과 발생”
경기 악화 속 ‘정부 지출’이 성장을 이끌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성장은 정부가 주도했다. 성장 기여도는 정부가 1.3% 포인트인 반면 민간은 -0.2% 포인트였다. 정부의 ‘나랏돈 풀기’가 추락하는 경기를 붙잡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정부 지출의 종류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지출은 ‘소비’와 ‘투자’로 나뉜다. 정부투자인 건설투자·설비투자 등이 자칫 민간의 수요를 더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정부지출 성질에 따른 경기부양효과와 구축효과’에 따르면 정부의 자본지출은 민간투자를 구축하는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가 미약했다. 반면 정부의 소비지출은 구축효과가 작았다. 정부의 ‘소비 지출’이 ‘투자 지출’ 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민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정부지출은 ‘소비’와 ‘투자’ 측면으로 다시 나뉜다. 정부소비는 인건비, 경상경비, 사회보장현물수혜 등을 말하며, 정부투자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이다. 기초연금 등 현금성 복지 지출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돈이 이전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전지출’로 민간 쪽에 일부 반영된다.
이런 면에서 보고서 내용은 SOC(사회간접자본)와 같은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에 대한 정부의 ‘지출’은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2분기를 살펴 보면 정부지출 중 ‘소비’와 ‘투자’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전분기 대비 0.4% 포인트, 0.8% 포인트였다. 이는 정부가 투자 쪽 지출을 점차 늘려나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성장 기여도(전년 대비)로 보면 정부지출이 0.9% 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반면 ‘소비’는 0.9% 포인트, ‘투자’는 0.1% 포인트에 불과했다.
정부의 SOC·설비투자에 대한 경기 부양 효과가 적은 건 ‘구축효과’ 탓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건설에 투자하면 같은 투자를 하는 민간 쪽과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민간의 생산 비용이 달라지면서 수요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정부 투자가 민간의 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같은 자원을 활용하면서 생기는 구축효과다. 반면 정부소비의 경우 이러한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무원을 많이 늘려 인건비 지출 규모를 키운다고 민간이 고용 규모를 줄이는 일은 비교적 적다.
이같은 분석은 또 다른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나온 바 있다. 2017년 KDI의 ‘경기순환에 따른 재정정책의 시간변동효과 측정’ 보고서는 경기 상승과 하강 폭이 큰 ‘고변동기’에는 정부투자가, 폭이 좁은 ‘저변동기’에는 정부소비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정부투자는 민간의 구축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변동기’에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저변동기’에 최대 재정승수 효과는 정부소비가 정부투자보다 3.4배 컸다.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경기 하강 때 재정 정책의 효과는 크다”며 “정부투자는 구축효과로 중장기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변동기’에는 정부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하다”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