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가 바다사자를 삼키는 진기한 장면이 포착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야생 사진작가이자 해양 생물학자인 체이스 데커(27)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에서 배를 타고 고래 관광에 나섰다. 그는 “처음엔 바다에 혹등고래 3마리와 바다사자 200여 마리가 있었다”며 “나중에 고래 떼가 100여 마리로 불어났고, 바다사자는 3000마리쯤 몰려들었다. 다들 정신없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래목 긴수염고래과의 포유류인 혹등고래는 몸길이 11∼16m, 몸무게 30∼40t이다. 이빨이 없어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입을 벌려 위로 올라오는 ‘돌진 먹기’로 새우나 멸치 등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한 혹등고래는 본의 아니게 길이 2.3~2.5m, 체중 440~563kg(수컷 기준)에 달하는 바다사자를 삼키고 말았다.
경위는 이렇다. 혹등고래가 ‘돌진 먹기’를 하는데 바다사자가 운이 없게도 혹등고래 위에 있었다. 이를 알아챈 혹등고래는 바다사자가 도망갈 수 있도록 천천히 올라왔다. 하지만 바다사자는 정신을 팔고 있다가 그대로 혹등고래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엉뚱한 먹이를 먹은 혹등고래와 엉뚱한 포식자에게 먹힌 바다사자 중 누가 더 놀랐을까?
데커는 “혹등고래가 바다사자를 삼키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힌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아직도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