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넘버투, 韓방일의원단 방문도 전에 “안 만난다”

입력 2019-07-31 15:48 수정 2019-07-31 16:21
국회 방일 대표단이 31일 오전 출국하기위해 김포공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회 방일 의원단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찾고자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본 의원들과 만날 예정이지만, 본격 회동을 갖기도 전에 일본 언론의 비관적 전망과 맞닥뜨렸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30일 한국 의원들의 방일과 관련해 “징용공 문제나 일본의 대(對)한 반도체 소재 수출관리 강화 문제를 둘러싸고 침체된 한·일 관계를 의원 외교를 통해 개선해보려는 의도”라며 “건설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 측 계획과 달리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한국 의원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 10명 의원으로 구성된 방일 의원단은 이날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자민당 내 2인자로 꼽히는 니카이 간사장과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해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을 만난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2일 각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한국을 빼는 정령 개정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급박하게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단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은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윤활유·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여야 의원도 한·일 간 어려운 문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일이면 모든 것을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일본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의원단과 자민당 지도부 인사의 만남이 무산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신문은 니카이 간사장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현 시점에서 (양측이) 만나도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아 회동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신중히 한국 측 의견을 듣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하면 좋다”며 한국 의원단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완곡히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해군 구축함의 일본 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 사건과 징용공 문제 등을 두고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감이 뿌리 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한·일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양국 의원들 사이 접촉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는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29일 BS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간 관계가 어떻든간에 의원 외교의 파이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한·일 의원 교류의 중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