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트럼프 기습시위 맞서 지지자들 “트럼프” 연호

입력 2019-07-31 15: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도중 흑인 주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부패한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의원들을 향해 “너의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가한 것을 빗댄 것이다.

미국 민주당 소속 버지니아주 흑인 주의원인 이브라임 사미라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타운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 “증오를 추방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AP뉴시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던 청중들은 “트럼프”를 반복해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공격으로 둘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제임스타운을 방문했다.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의 이중적인 공간이다. 1619년 7월 30일 미국에서 최초로 주의회가 설립된 곳이기도 하지만 같은 해 역시 최초로 아프리카 흑인이 미국에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제임스타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예제를 비판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스스로 촉발시켜 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노예 제도의 공포와 속박의 괴로움 속에 고통 받았던 모든 영혼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나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민주당 소속 버지니아 주의원인 이브라임 사미라가 연단 아래로 튀어 나왔다. 사미라 의원은 “당신은 우리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다”면서 “버지니아가 우리의 집이다”라고 외쳤다.

사미라 의원은 구호가 적힌 세 장의 종이를 연결시켜 들고 있었다. 각각의 종이엔 “부패한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 “증오를 추방시켜라”, “(부모·자녀를 분리시킨 이민자 구금시설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가족을 재결합시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미라 의원의 기습시위는 30초 정도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킨 채 한숨을 쉬거나 다른 곳을 바라봤다. 양 손으로 가볍게 연단을 치기도 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우”라는 야유를 보냈다. 그리고는 박수소리에 맞춰 “트럼프”를 반복해 외쳤다. 경찰에 의해 사마라 의원이 순순히 걸어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을 향해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버지니아주 흑인 주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 행사를 보이콧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타운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