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 과학실험실 내 포르말린 등 유해물질 보관 실태 파악에 나섰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포르말린 유출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다. 사고 당시 교육당국은 각 학교별 유해물질 보유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8월 1일부터 29일까지 각 학교별로 교육과정에 활용하지 않아 폐기를 희망하는 액침표본을 전수조사한다. 교육청이 실험실 내 포르말린이 들어있는 액침표본을 일괄 수거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전수조사 후 오는 10~12월 액침표본을 일괄 수거해 처리할 계획이다. 교육상 필요한 액침표본을 보관하는 학교는 소방재난본부의 직접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엔 액침표본이 교육 차원에서 필요했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굳이 실험실에 둘 필요가 없다”며 “학교별로 점진적으로 액침표본을 수거하고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구로구 구일초에서는 학교 직원이 과학실 개조 공사를 위해 약 300㎖의 포르말린이 든 유리병을 옮기다 실수로 깨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교사와 학생 1200여 명이 학교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다.
포르말린은 개구리 뱀 등 생물을 해부해 액침표본으로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독성이 강하고, 사람이 흡입하면 호흡곤란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매년 과학실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 학교별 유해물질 처리 요청을 받아 이를 수거하고 폐기 처분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4월 정기조사 때 폐수 3만8403㎏, 폐시약 1만9819㎏, 액침표본 1만3493㎏을 접수했고, 이를 7월부터 수거하고 처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교육당국이 학교별 유해물질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관·폐기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겼던 것은 사고 재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학교별 더욱 세심한 주의와 관리를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