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유해진 “일제 만행 잔인? 실제 더했을 수도” [인터뷰]

입력 2019-07-31 15:22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의 주연배우 유해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을 맡은 데 대해 그는 “확실히 예전보다 부담감이 크다. 작품을 한 편 한 편 해나갈수록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쇼박스 제공

유쾌함과 소탈함이 매력인 배우 유해진(49)의 새로운 모습이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속 그는 강렬하기 그지없다. 서글서글한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단한 카리스마.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내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꽉 들어차 있다.

“제가 원래 카리스마는 좀 있었어요. 하하. 그런데 이 역할은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어도 카리스마 있게 그려졌을 거예요. 워낙 투박하면서도 날이 선 인물이니까요. 최근 작품들에서 말랑말랑한 찰흙 같은 역할들을 많이 선보였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딱딱한 돌멩이 같은 느낌이죠.”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 역을 소화한 유해진을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전작 ‘무사’(2001) 때가 떠오르더라. 육체적인 면에서 내가 이 작품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쇼박스 제공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균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역사책에 기록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촌민이었다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항일대도가 주무기인 황해철은 친동생처럼 아끼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오른팔 마병구(조우진) 등과 일본군을 봉오동까지 유인해 싸운다.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를 땐 가차 없지만 동료들과 함께일 땐 인간미가 넘친다. “조심스럽게 연기를 했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도록.”

전투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하려다 보니 촬영은 대부분 험준한 지형에서 진행됐다. 달리는 장면이 특히 많았는데, 평소 운동을 즐기는 유해진에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체력이 좋았던 이가 누구냐는 물음에 그는 “매번 뒤를 확인하며 뛰었다.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날까봐”라며 웃었다.


“역사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라는 유해진은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고 얘기했다. “독립군들이 정말 힘들었겠구나, 알고 시작했지만 촬영하면서 더 절실히 느꼈어요. 극 중 표현이 잔인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한 일이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교롭게도 최근 ‘택시운전사’(2017) ‘1987’(2017) ‘말모이’(2018) 등 역사물에 자주 출연했는데, 매번 유해진은 이질감 없이 그 시대에 완전히 녹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느냐보다 이야기에 얼마나 흡수되느냐가 중요하다. 제게는 그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반일 감정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유해진은 “영화는 영화 자체의 힘으로 굴러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답답한 시국에, 승리의 역사를 다룬 우리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