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너진 삼각축’, 반도체-스마트폰 동반 부진

입력 2019-07-31 15:18 수정 2019-07-31 16:24
삼성전자 7나노 EUV 생산라인이 설치된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13~14년까지 분기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만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관련 이익이 줄자 반도체가 힘을 내 2017~18년에는 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탄탄한 사업 구조가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동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던 사업의 삼각축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56조1300억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03%, 영업이익은 55.63%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5.84% 증가해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1분기 5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디스플레이 사업이 일회성 수익으로 75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반도체, 스마트폰 등이 모두 1분기보다 안 좋아졌다. 일회성 수익은 애플 아이폰이 판매 부진을 겪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위약금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T·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은 1조5600억원으로 1분기보다 각각 0.7% 가량 감소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2016년 이후 11분기 만에 4조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IM부문은 2분기 만에 다시 영업이익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어느 정도 끝나면서 수요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있었지만,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며 실적이 더 떨어졌다. 2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D램이 20% 초반, 낸드플래시가 10% 중반 가량 떨어졌다. 스마트폰은 갤럭시A 시리즈 판매가 늘어나면서 2분기 8300만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갤럭시S10 판매가 정체되면서 수익성은 나빠졌다.

3분기는 반도체 경기 반등,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폴드 출시 등 기대 요소가 있지만 일본 소재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악재로 인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가 2분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구매를 다시 시작한 상황이라 3분기부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으로 웨이퍼(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실리콘 기판) 투입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감산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선 갤럭시 노트10을 2종류로 출시하고, 갤럭시 폴드도 판매해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노트10은 노트9보다 판매 실적이 좋을 것”이라며 “폴드는 일부 시장에 제한된 수량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일본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소재에 대한 수출 금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허가 절차에 따른 부담이 있다”면서 “진행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 “어떤 경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때 하기로 했던 주주환원방안 발표도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