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흐를수록 만족도 높아졌지만 경제적 어려움도 느껴
귀농·귀촌한 이들 10명 중 4명은 지역에서 리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착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역 사회 활동 참여율이 더 늘었다. 상대적으로 젊고 대학 졸업자 등 학위를 지닌 이들이 많다보니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다만 오래 생활할수록 전업농보다는 겸업을 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농사로 만족할 수준의 소득을 얻지 못한 게 원인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2014년 귀농·귀촌한 103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준비 단계부터 정착 과정, 지역 사회 활동 참여 등의 추이를 살펴봤다. 조사 대상들은 귀농·귀촌 후 정착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역 사회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중 35.5%는 아예 지역 사회의 리더 역할을 맡아 활동했다.
만족도도 시간과 함께 높아졌다. 조사 대상에게 귀농·귀촌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지 물어 본 결과 2014년에는 46.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4년 후인 지난해에는 58.1%가 ‘성공적’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귀농·귀촌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의 37.9%가 50세 이하였다. 고령층이 대다수인 지역 사회에서는 젊은 층에 속하는 만큼 활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의 59.7%는 학위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귀농·귀촌을 결정하는 이유도 바뀌고 있다. 40세 이하는 은퇴 등의 이유보다 생태적 가치나 공동체를 추구하기 위해 귀농을 결정했다.
지역 사회 정착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경제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도 커졌다. 2014년 기준으로 겸업을 하는 이들은 27.9%로 집계됐지만 지난해에는 35.0%로 늘었다. ‘투 잡’으로는 농산물 가공이나 숙박, 식당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조사 기간 중 89명(8.6%)이 영농 실패와 일자리 문제 등으로 농촌을 떠났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