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배익기씨 훈민정음 상주본 13장뿐…가치는 10억 정도”

입력 2019-07-31 13:46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좌), 훈민정음 상주본 해례본 소유자 배익기씨(우). 뉴시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훈민정음 상주본 해례본 소유자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씨에게 감정평가를 제안했다. 하지만 배씨는 “진상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안 의원의 제안을 거부했다.

안 의원과 배씨는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훈민정음 상주본 해례본 반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씨는 1000억원대 보상금 없이는 상주본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반환’ ‘환수’는 아주 듣기 싫은 말이다. 내가 상주본을 국고에서 훔쳐왔나”라며 “다만 양보안으로 상주본 가치의 10분의 1인 1000억원을 받고 국가에 헌납할 생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배씨에게 ‘가지고 계신 상주본이 몇 엽이냐’고 묻자 배씨는 “내가 무슨 책을 세고 있겠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배씨가 지금까지 33엽 중에서 29엽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 전문가가 최근 배씨가 소유하고 있는 상주본이 13엽에 불과할 것이라고 제보했다”며 “13엽 밖에 없다면 상주본의 가치는 어림잡아 10억이다. 다음 주에 상주에 내려갈 때 같이 확인할 수 있나”라고 물어봤다.

배씨는 “화약 근처에서 불을 댕기는 것처럼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배익기씨가 2017년 4월 불에 그을린 훈민정은 해례본 상주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뉴시스

안 의원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는 “객관적인 감정평가 위원회를 구성하자”며 “또 배씨가 지금 대법원판결을 부정하고 있지만, 생각을 바꿔서 상주본을 헌납하거나 반환할 경우 정부가 상주에 국립한국박물관 분점을 세워 명예 관장으로 모시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글세계문화재단을 설립할 경우에도 배씨가 적절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씨는 진상조사가 끝난 뒤 감정평가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 문화재청에 바로 신고해서 국보 지정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문화재청, 검찰, 법원이 나를 도둑으로 모함해서 10년을 고생했다”며 “진상을 조사하고 억울함을 벗게 되면 감정평가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와 감정 평가를 동시에 하자”는 안 위원장의 제안에도 배씨는 “침착하게 이 사건을 냉정히 봐야 한다”며 거절했다.

안 의원은 배씨와 전화를 끝낸 뒤 “배씨의 입장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말씀해주신 대로 감정평가에 꼭 응하셔야 한다”며 “한글날까지 상주본이 국가로 반납되지 않을 경우 배씨를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최근 배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로써 문화재청은 절차에 따라 상주본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주본의 소재는 배씨만 알고 있어 실제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