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구로점은 지난해 10월 식품 등을 보관하는 냉동냉장기에 113개의 인공지능(AI) 설비를 달았다. 정해진 시간대별로 동작하던 제상히터(성애 제거 장치)를 센서에 의한 동작감시 방식으로 바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히터 동작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AI 기술로 고객 동작을 감지해 매달 에너지 7000㎾h를 절약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환기용 덕트와 일부 창호를 대체할 외기 그릴을 설치했다. 건물 내부보다 외부 온도가 낮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8개월간 IDC 내부로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사실상 연중 냉방기를 가동한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자연냉각 방식을 통해 전년 대비 연간 약 152만㎾h의 전력을 절감했다. 전기료 환산하면 1억5800만원 상당이다. 지난해말 기준 바닥기준 500㎡이상인 대형 데이터센터는 155곳인데 이들 시설이 소비하는 전력량은 대형 화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에너지 절약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에너지 사용량이 10TOE(석유환산톤) 이상인 건물(단체) 중 에너지 절감 실적이 우수한 117개 일반건물과 서울시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2019 상반기 에코마일리지 우수단체’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AI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롯데마트 구로점은 200~1000TOE 규모 시설 중 우수 사례로 꼽혔다.
에코마일리지는 서울시가 개인(가정)이나 사업장(단체)의 전기,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사용량을 관리하면서 에너지절약 실적이 우수한 회원에게 마일리지(보상)를 제공하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이다.
단체회원은 6개월에 한번 이전 에너지 사용량과 비교해 절감률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0% 이상일 경우 에너지절감 실천사례와 함께 S, A, B 등급으로 평가한다. 상금(에코마일리지)은 해당 사업장의 에너지 절약이나 온실가스 감축사업, 공로자 포상 등에 재투입함으로써 선순환 효과를 내고 있다.
에코마일리지 제도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시설개선, 설비교체 또는 운영방식 개선 등의 전통적인 에너지절약 방법 외에 발상의 전환을 꾀하거나(LG유플러스) AI 기술 적용(롯데마트 구로점) 또는 시스템에어컨 한전 원격부하관리(한국효병원) 등 새로운 기술이나 관리방법을 도입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은 10~50TOE로 크지 않지만 자체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 등으로 수동적 에너지소비자에서 에너지프로슈머로의 변화를 꾀한 사업장도 눈길을 끌었다. 버스운영회사인 현대교통은 도심차고지 상부에 50㎾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에너지소비량을 3분의 1수준으로 낮췄고 남부여성발전센터도 건물옥상에 60㎾ 태양광을 올려 기존 전력 사용량의 약 25%를 대체하고 있다.
김연지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장은 “서울시는 기업 등 건물의 자발적 에너지절약 문화 조성을 위해 에코마일리지 단체(건물)부분을 별도로 평가해 최대 1000만원까지 시상하고 있다”며 “이번 평가에서 선정된 건물 유형별 에너지 절감사례를 널리 확산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67%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진화하는 에너지 절약…인공지능 기술 적용 사례 눈길
입력 2019-07-31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