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5월부터 가시화된 미국의 압박에도 성장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실적까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4013억 위안(68조8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매출은 5월까지 급속하게 증가했고, 미국의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추가된 이후에도 성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사업부 별로 살펴보면, 화웨이의 ‘주력’인 통신장비 사업은 매출 1465억 위안(25조1400억 원)을 기록했다. 무선 네트워크, 옵티컬 전송, 데이터 통신 등의 생산 및 출하도 양호했다. 화웨이는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50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맺었다. 이중 유럽이 2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다. 기지국 출하는 누적 15만개 이상이다.
상반기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 매출은 2208억 위안(37조890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1800만대다. 전년 상반기보다 24% 증가했다. 태블릿, PC,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출하량도 늘었다. 세계 화웨이 디바이스 클라우드 서비스 에코시스템 개발자는 80만명을 넘어섰고, 사용자 수는 5억명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이에 따라 주력인 통신장비나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부품 조달도 제한되며 회사 경영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당장 이번 실적을 통해 봤을 땐 미국의 제재 영향은 크지 않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18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했다. 분석 기관들은 1분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5%에서 15.7%로 치솟아 애플(11.9%)을 제치고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카운터 포인트에 따르면 1분기에 화웨이는 유럽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보였다.
또 5G 통신장비 관련 수주도 유럽 등지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1~2분기 동안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 50개사와 5G 계약을 맺고 15만개 이상의 기지국을 출하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견고한 실적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이용한 통신망으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화웨이의 5G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다. 미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제를 8월 하순까지만 제공할 경우, 화웨이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의 자체 개발 OS를 탑재한다고 해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등을 통해 화웨이 제재 완화를 주요 의제로 올리고 미국 설득에 나서고 있다.
랑화 회장은 “눈앞의 어려움과 도전은 일시적인 것이고 화웨이는 새로운 성장을 맞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지속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올해 연구개발 분야에 1200억 위안(약 20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