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31일 오전 8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검은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흰 셔츠에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는 늘어선 카메라 취재진 앞에서 살짝 미소를 보였다.
배 지검장은 “국민들께서 바라시는 바를, 또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굵직한 사건 수사들이 많이 진행되는데 어떻게 지휘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이제 부임하는 중이라, 차츰 현안을 살펴보려 한다”고 답했다. 많은 문답은 오가지 않았다. 배 지검장을 따라 이노공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등 간부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사 1번지’로 불리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검장으로 부임했던 2017년 이후 2년 2개월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배 지검장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며, 서울법대 1년 후배다. 이날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한다.
배 지검장은 마약과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강력통’이지만 금융범죄 수사 등 ‘특수’에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에는 “정치·사회·경제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반칙적인 범죄에 눈감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법조계는 새 수장을 맞은 서울중앙지검의 첫 수사 대상이 무엇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