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 내 실무협상 원해” 북한 관리 발언 전해지자마자 또 발사체 쐈다

입력 2019-07-31 08:03 수정 2019-07-31 10:40

북한의 한 고위 관리가 지난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에게 비핵화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실무협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이 전해진 당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와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현지시간으로 30일 기자들에게 “NSC 고위 관리가 지난주 익명을 요구한 북측 관리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말 DMZ(비무장지대) 회동 사진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위 관리는 이날 만남에서 북한 당국자가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약속했듯 북한은 아주 빠른 시간 내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3~24일 방한에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볼턴 보좌관 방한 당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다만 북미 접촉이 2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9일 워싱턴 경제클럽과의 대담에서 실무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 “북한 관리의 판문점 발언대로 아주 빠른 시간 내”라고 밝혔었다. “30일 아시아 순방을 떠나며 방콕에서 며칠간 머물 것”이라고 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실무협상을 아주 빨리 재개해 ‘루빅 큐뷰’를 풀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과 나의 관계는 아주 좋다”면서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니 무슨 일이 있을지 지켜보자”고 말했었다.

그러나 북측이 빠른 시일 내에 실무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해 실무협상 재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북한이 오늘 새벽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며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엿새 만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번 ARF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과 별도로 만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회담 참석을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또한 북한은 최근 다음 달 예정된 한미 군사 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간 대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