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한 탈북자…유서엔 “죄송해요”

입력 2019-07-3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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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탈북자가 30대 남성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 연수경찰서와 경기 고양경찰서는 29일 인천에서 A씨(37)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B씨(22)가 새터민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B씨는 탈북한 뒤 2015년 한국에 입국해 지내다가 2~3개월 전 한 교회에서 A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를 전담하면서 전도를 하고, 한국 생활 정착에도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발생 며칠 전 이들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9일 오전 6시36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의 5층짜리 오피스텔 3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목 부위에는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살해된 것으로 보고 CCTV 영상을 분석해 B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영상에는 B씨가 흉기를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B씨는 범행 약 3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9시15분쯤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범행을 하고 자택으로 도주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B씨의 방에서는 “엄마(교회 선교회에서 맺어준 엄마) 죄송해요. 영원히 함께 살려고 했는데” 등의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쓰레기 더미에서 확보한 흉기와 시신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B씨가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과 흉기 등 증거물로 미뤄 볼 때 B씨가 A씨를 살해한 것이 유력하다”며 “이들이 모두 사망한 상태여서 범행동기는 더 조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