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의붓아들까지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이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주요한 단서가 될 증거들을 없애기 위해 현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30일 MBC가 입수한 고유정과 남편 A씨(37)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고유정은 A씨의 귀가를 극구 만류하고 있었다. 의붓아들 B군(4)이 숨진 청주 집에 혼자 남아있던 고유정은 A씨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숨진 B군의 피가 묻은 이불과 전기장판 등을 모두 갖다버렸다.
B군이 숨진 지 5일째였던 지난 3월 7일, A씨는 B군의 유골함을 안치하기 위해 제주도에 머물고 있었다. 같은 날 밤 A씨는 고유정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가 ‘청주 집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하자 고유정은 ‘무슨 일이 있느냐’ ‘와서 뭐하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고유정은 ‘어차피 나는 청주 집에 없을 것’이라며 ‘49재가 끝날 때까지 제주에 있다오라’고 말했다.
청주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극구 만류하는 듯한 고유정의 말에 A씨는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혼자 있는 게 걱정되니 그래도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유정은 또다시 ‘집 정리 뭐 할 게 있냐’ ‘정리는 천천히 하면 된다’며 다시금 A씨의 귀가를 말렸다.
고유정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결국 다음날 청주 집으로 돌아왔지만 고유정은 이미 아버지 소유의 김포 아파트로 떠난 뒤였다. 아울러 고유정은 A씨와 어떤 상의도 없이 B군의 피가 묻은 이불과 전기장판 등 사건의 증거가 될 만한 물건들을 전부 내다버렸다.
특히 A씨는 고유정이 평소 집 청소를 잘 하지 않았음에도 그날만큼은 말끔히 청소해둔 것을 보고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A씨는 고유정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집안을 청소해둔 것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현재 경찰은 살인과 과실치사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채 막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유정 측은 절대 아이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A씨는 고유정이 아이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청주의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B군은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당시 의식과 호흡, 맥박이 모두 없는 상태였다. B군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의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