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훈이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
이예훈은 30일 서울 강남구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열린 ‘아프리카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8 16강 D조 최종전에서 김민철을 2대 0으로 꺾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이예훈은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이예훈은 최근 부쩍 늘어난 기량에 대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서 얻은 좋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1경기에서 이긴 이경민에 대해선 “저는 경민이가 잘한다고 생각한다. 빌드는 제가 졌는데, 오늘 경민이가 큰 실수를 해서 기회를 얻었다. 겉으로 보면 지는 경기였다. 운이 따라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예훈은 승자전에서 이영호를 상대로 완패했다. 그는 “과거 24강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이겼던 것 같다”면서 “준비를 더 했어야 됐는데, ‘이렇게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뒤를 보면서 했어야했는데 타이밍만 보고 하다가 막히니깐 할 게 없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제가 퀸을 준비했는데, 영호가 준비를 잘했다. 시즈 탱크만 퀸으로 처리하면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는데, 영호가 그걸 잘 막았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영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예훈은 “조지명식때 저는 영호를 뽑을 생각이 없었다. 허세를 부린 부분이 있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지막에 민철이가 올 것을 몰랐다. 뽑고나서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잘한 일인 것 같다”면서 결과와 명분을 모두 챙긴 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근래 폼이 눈에 띄게 좋아진 이예훈이다. 그는 “과거에는 잘 못해서 (팀적으로) 경기에 못 나간 부분이 있다.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갔을 때도 그렇고, 전역 후 스타크래프트1를 할 때도 그렇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많이 챙겨보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다.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깐 예전보다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8강에서 만나는 정윤종에 대해선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다”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같은 팀이었는데, 스타일에서 제가 밀리는 느낌이 있다. 제가 잘 이기지 못했다.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속으로 진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싹 다 지우고 그냥 ‘프로토스’를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예훈은 곧 입대하는 김민철에게 작별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내일 모레 간다고 들었다. 4주 있다가 나오니깐 4주 동안 안 다치고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같은 팀이었고 룸 메이트였다. 제가 군대갈 당시 선물을 줬다.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예훈은 감사인사와 각오를 전했다. 그는 “연습 하는동안 힘들었다. 올라가서 뿌듯하다. 항상 응원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줘서 고맙다. 맛있는 거라도 사주고 싶다. 이번 시즌 목표가 8강이었는데, 달성했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고 높은 곳을 보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