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친박 키우러 한국당 온 게 아니다”

입력 2019-07-30 19:37 수정 2019-07-31 09: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친박(박근혜)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이 당에 온 게 아니다. 보수우파를 살려 나라를 일으켜야겠다는 뜻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한국당이 ‘도로 친박방’이 됐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휴가 중이던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출입기자단에 예정에 없던 오찬간담회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 당에 친박, 비박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도로 친박당’ 같은 조어를 누가 만드나. 언론 아닌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어 “(지난 2월) 전당대회 때는 과거 국무총리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에서 일했다는 것이지 내가 그때 정치를 한 건 아니지 않나”고 했다. 본인을 친박의 틀로 인식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도 읽힌다.

황 대표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당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한국당을)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돌아오면 지지율도 돌아올 것”이라며 “우리 당은 인재들을 찾아 나서고 있고, 투쟁 하면서 혁신과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 치열하게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굴곡이 있지만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보수 대통합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총선은) 결국은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 하는 문제”라며 “여러 정파들끼리 서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한국당이 지금 이 모습으로는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 필요성을 인정했다.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은 서로 합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당 얘기를 하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며 “각 당내에 여러 성향을 가진 구성원이 있다.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가 내년 총선 때 서울 종로에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나설지를 묻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는 실제 기자들과 ‘묵찌빠’ 게임을 한 뒤 “내가 무엇을 낼지 미리 알려줄 수는 없지 않나. 이기려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좌파 정권을 막기 위해 당에 들어왔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을 하려고 당 대표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