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해명나선 피해기업들… “추측성 보도에 자금 조달 막혀”

입력 2019-07-30 18:33

이른바 ‘라임 사태’로 주가폭락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기업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추측성 보도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 금융 당국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아이에프씨(IFC) 건물에는 20여명의 업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보도로 피해를 입은 기업체 대표 및 임원들이었다.

라임 사태는 지난 22일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 돌려막기를 위해 코스닥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편법 거래해왔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촉발됐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를 받던 코스닥 기업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계 기업’ ‘좀비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등 불똥이 튀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자금 수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이민근 네패스신소재 이사는 증권사에서 도는 ‘지라시’를 토대로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이사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로 네패스신소재 시가총액이 최근 고점 대비 566억원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에게 ‘좀비 기업’이란 표현까지 들으면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네패스신소재는 다음 달 예정됐던 매출채권 담보사채(ABL) 발행도 취소한 상태다. 이 이사는 “신규 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차환 위험에도 노출됐다”고 전했다.

각종 생활 용품을 취급하는 블러썸엠앤씨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 중 80% 이상이 주부다. 전형적으로 일만 열심히 하던 중소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직원들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불안해 하면서 계속 (회사 측에) 문의 전화를 하는데 뭐라고 답변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인 리드의 구명준 대표는 라임자산운용 측의 적극적인 소명을 촉구했다. 구 대표는 “라임 사태가 장기화되면 회사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언론의 보도 하나로 왜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하다. 라임이 언론에 모두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철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전략본부 부장은 아직까지 금융 당국에 연락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태가 빨리 마무리돼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당국의 내부 절차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필요하다면 당국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련 보도를 했던 언론사를 소송할 것이냐는 질문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는 네패스신소재, 동양네트웍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리드, 블러썸엠앤씨, 슈펙스비앤피, 에너전트, 에스모, 에이스테크, 젬백스, 폴루스바이오팜, 제주스타 등 12곳의 피해기업이 참석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