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여야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일찌감치 공천룰을 확정지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스케줄까지 짜놔 여유만만한 모습인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게임의 룰도 정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높은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천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 지어 잡음을 줄이겠다는 포석이고 지지세가 열세인 한국당은 민주당의 전략이 나온 뒤에나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는방침이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오는 9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12월과 내년 1월에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우는 내용의 총선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앞서 5월에는 공천룰인 '제21대 총선 공천심사 및 경선방법'을 확정지었다.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에 필요한 굵직한 준비사항을 조기에 마무리 지은 셈이다.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공천룰과 관련한 지도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내 기구인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정치 신인에게 파격적인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천 혁신안을 황교안 대표에 보고했지만 지도부는 참고 자료에 지나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한 공천룰을 섣불리 확정 했다간 당내 잡음만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당 내부에서는 향후 출범할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룰을 만들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표정을 가른 것은 당의 지지세다.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민주당은 총선 준비를 조기에 끝냄으로써 공천 잡음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추진력을 얻는 모양새다. 이해찬 대표를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당내 잡음을 최소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이른 공천 논의가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다. 당 지지세가 민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천을 앞당길 경우 민주당 후보들에게 관심을 뺏길 수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주자들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략 공천’을 바탕으로 체급을 높여야 본선에서 해볼만 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치단결하는 민주당보다 당내 역학구도가 복잡한 것도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친박 비박 간 계파 논쟁이 점화된 상태에서 ‘현역 물갈이’의 표적을 확정지을 경우 계파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사분오열된 보수 진영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민주당 보다 많다보니, 지도부의 결정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당 고위관계자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의 공천은 굉장히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며 “민주당보다 훨씬 더 늦게 공천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