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한·미·일 외교수장회담 최종 조율 중… “화이트리스트 제외 연기라도 받아내야”“

입력 2019-07-30 17:26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각각의 여론전을 벌인 한·일 외교수장이 미국과 함께 한자리에 앉는 것으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한·일 갈등 해법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또 같은 기간 3국 북핵 수석대표도 회동할 것으로 보여 북핵 협상 공조를 통해 한·일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30일 ARF를 계기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간 회담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회담 개최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다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한·일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여전히 한·일 중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은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개시는 거부한 채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군용기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입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 미국이 한·일 갈등을 더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한·일 두 나라가 잘 해결하라는 식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라며 “양국이 조속히 해결하라는 미국의 원칙론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양국에 화해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간 별도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개최도 확정적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 장관이 다음 달 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시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한국 제외 조치를 없던 일로 하든지 보류하든지, 최소한 연기라도 하겠다는 일본의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장관회담과 별개로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도 추진 중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모두 ARF에 참석하는데, 이들 간 회동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 방안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 이슈를 놓고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스기 국장은 일본을 담당하는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도 따로 만나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ARF에 불참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북·미 고위급회담은 끝내 무산됐다. 북한에서는 주태국 북한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측 참석자와는 ‘급’이 달라 북·미 간 실무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