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가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당의 친박 색채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때도 비박계 진영은 “당원들 손으로 뽑은 당대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우선 지켜보려 한다” “일종의 밀월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주요 당직이나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에 친박계가 계속 중용되는 기류가 이어지고, 당과 황 대표 지지율마저 하락세를 보이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한국당의 대표적 대여(對與) 공격수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3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변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다. 작금의 정국에서 우리가 던진 이슈로 싸우고 있는 전선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선명하게 개혁노선을 표방해야 한다”며 “개혁노선에 걸맞은 라인업과 정책으로 과감하게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며 “이로 인한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국당 상황을 진단했다.
장 의원은 “심각하게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자”며 “추경, 공수처, 연동형 비례제, 일본의 경제보복, 대북문제 등 이슈마다 민주당의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매번 뒤늦게 허겁지겁 안을 내놓으니, 그 내용의 충실함과는 상관없이 ‘여당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개혁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문재인 정권 욕만 잘하는 정당’이 아닌 한국당이 추구하는 개혁 과제를 인물과 정책으로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지난 24일에도 페이스북에 “지금 한국당의 모습은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로 회귀해서 상대의 실패만 기다리는 용기 없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냐”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도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방향성에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도로 친박당’이란 비판과 관련해) 제가 말씀을 드리면 당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얘기될 수 있기 때문에 딱 잘라서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딱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리공화당과의 선거 연대론에 대해서도 “이런 논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당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보수대통합이라는 당위가 있지만, 바람직한 파트너로 어디가 우선이 돼야 하는지는 별개 문제”라며 “그 점에서 당내 컨센서스가 다 안 만들어진 상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태 의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에 나가 “나라 돌아가는 모습과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국민은 답답하다는데, 한국당을 보면 더 답답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아 인적쇄신 작업을 주도했었다.
김 의원은 “밖에서는 한국당이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겠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당내에서는 이대로 실수하지 않고 가면 이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대단한 착각”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밖에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느냐는 분위기니까, 당내의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