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이후 번번이 약한 모습 보이는 한국당, 왜?

입력 2019-07-30 17:10 수정 2019-07-30 18:38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자유한국당이 번번이 ‘지는 협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서명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거절한 뒤 원내 협상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것이다. 전날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도 한국당은 그동안 주장해 온 북한 목선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중 하나도 관철하지 못했다.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숙원’이었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얻어냈지만, 한국당은 ‘안보 국회’만을 받았다.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일제히 열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열어야 할 상임위 소집을 협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저도 휴가철 의원들의 참석 여부가 사전에 파악되지 않아 국방위 전체회의는 다음 달 5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24일에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나왔었다. 결국 이 합의문은 의원총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4일 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선에서 협상이 일단락됐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사퇴론까지 불거졌었다.

원내지도부를 지낸 한국당 중진 의원은 30일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처음에 북한 목선이 넘어왔을 때도 우리가 국정조사를 집요하게 요구했어야 했는데, 안 받아줄 것 같다 싶으면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 사태 때도 석 달 동안 장외투쟁을 하다가 아무 성과도 없이 들어왔는데, 여당이 여론을 업고 밀어붙이면 야당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걸 몇 번째 보여주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여론을 설득하는 호소력이 부족하다는 자성도 나온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추경도 ‘한국당이 발목 잡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데 선심성·총선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홍보를 계속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여당에 설득이 안 먹히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하지만 그런 호소력도 지금 우리 당에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 2차 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명확한 노선 없이 외부 이슈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교안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하다가 원내 교섭단체 3당 회동으로 한발 물러선 뒤 별 성과 없이 5당 대표 회동을 받아들인 것도 명분이 없다는 평가다. 이마저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반도 평화 등을 의제로 내걸며 먼저 회동을 제안한 것이라 주도권을 뺏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 지도부는 “아쉽지만 야당이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의원들의 부담이 컸다. 추경도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양보를 한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매번 한국당이 여당에 무릎을 꿇는 것처럼 비쳐 씁쓸하다”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계속 싸우고 있으면 빨리 국회로 들어오라고 하고, 들어가면 받은 것 하나 없이 오냐고 비판받는 상황”이라며 “득실을 따지지 않고 우리는 우리의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