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객 찾아가는 ‘이동형 점포’ 운영도
카페·편의점·서점 등 결합 분야 다양해
인력 줄이기·은행 접근성 저해 등은 문제
시중은행 영업 점포들이 운영비를 축 내던 ‘미운 오리’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각 테마별로 특화된 점포로 잇달아 변신하면서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피서객을 직접 찾아가는 ‘해변 은행’부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형 은행’까지 각양각색이다.
30일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WM) 전용 복합점포인 ‘KB 골드&와이즈’를 경기도 용인에 새로 열었다고 밝혔다. 69번째 복합 점포다. 고객은 은행과 증권 관련 업무를 이곳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업종과 손을 잡기도 한다. 딱딱하고 어려운 은행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의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해 고객 유치전에 임하겠단 의도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에 점포 내 편의점을 운영하는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를 열었다. 다른 은행 점포뿐만 아니라 지역농산물도 판매하기 때문에 다른 편의점과도 차별화되는 이색 점포다. 고객들은 은행 업무를 보면서 양질의 지역 상품 쇼핑도 할 수 있다. 이어 지난 1월엔 은행과 베어커리를 결합한 ‘뱅킹 위드 디저트’ 점포도 울산에 새로 개장했다.
일정 시기에만 ‘깜짝’ 등장하는 계절 특화 점포도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해변 은행’이 그 사례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5일까지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 피서객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점포’를 운영한다. 특수 제작된 차량에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설치돼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차량 내에서 은행 직원이 금융상품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 점포 운영 시간을 달리 하는 ‘탄력형 점포’는 대표적인 고객맞춤형 점포다. 신한은행은 지난 9일부터 고객 직업군이나 생활 패턴에 맞춰서 은행 문을 여닫는 ‘굿 타임 뱅크’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업형·상가형·오피스형 점포로 나뉘는데 광화문과 가양역 지점을 포함한 5곳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특화 점포 만들기에 열중하는 이유는 ‘대면’ 고객을 모시기 위해서다. 비대면 거래 열풍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대면 고객 수요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하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연금이나 펀드 상품은 이들의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직접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일반 고객으로선 투자 계획을 잡기가 난감하다. 이런 ‘콘크리트’ 수요층을 잡기 위해서라도 은행 입장에선 점포를 특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특화 점포는 인터넷전문은행엔 없는 ‘안정성’을 담보해준다. 얼마 전 1000만 가입자수 달성을 자축했던 카카오뱅크는 이벤트를 진행하다 41분간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바일이 점포인 인터넷은행으로선 통신 마비가 오면 모든 영업 활동이 정지된다. 이에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 기술 속도를 따라와 이젠 ‘점포 있는 인터넷은행’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시중은행에게 남은 과제는 최적의 점포수를 찾는 것이다. 특화 점포를 만든다는 의미는 통폐합 과정에서 필요 없는 점포를 없애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은행의 디지털화 바람으로 최근 10년새 1000개에 가까운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의 은행 접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경영 효율성을 살릴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최대 고민거리”라고 털어놨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