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대 “미국, 한·일과 핵무기 공유해야”

입력 2019-07-30 16:46 수정 2019-07-30 18:27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NDU)이 한·미·일이 유사시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를 공유하는 ‘핵무기 공유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근 북핵 대응 방안으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문제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0일 NDU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북핵 위협에 대응해 일본과 한국 등 특별히 선정된 아시아 파트너 국가들과 비전략적 핵 능력을 미국의 관리 하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보고서의 작전 운용화’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현역 국방 실무급 육해공군 장교들이 공동 작성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북한 김정은정권을 미국이 주도하는 핵 안보 태세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진단하며, (핵무기 공유가) 당사국 내 논쟁을 촉발할 수도 있지만 강력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는 한·미·일 ‘핵무기 공유협정’의 모델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준하는 수준의 기구를 제안했다. 현재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터키 등 나토 5개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고 있다. 협정에 따라 이들 5개국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서 탈퇴해 자국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평시에는 미국이 핵무기 소유권을 유지한다.

다만, 보고서는 ‘동북아 모델’이 한국과 일본의 정치·군사적 제한 요소를 감안해 ‘나토식 모델’을 온전히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북아의 동맹국이 직접 미국의 핵무기를 투사하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나토식 모델은 미국과 동맹국이 동시 동의해야만 작동하는 이원체계로 이뤄져 있다”며 “전쟁 발발시 나토국의 폭격기가 미국의 전술핵 무기를 실어 직접 투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대 보고서가 제안한 동북아 모델의 경우 이원체계를 유지해 동맹국에 핵무기 공동 사용 권한은 주되, 투사는 동맹국의 폭격기가 아닌 미국의 폭격기가 직접 하는 방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에 가까운 핵무기 공유 방안은 한국이 그간 고수해온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내버리고 북한 비핵화의 명분을 스스로 깨뜨린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 비확산 기조를 유지해 온 한·일 내부에서 발생할 정치적 반발도 큰 걸림돌이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담당 조정관은 VOA에 “지금도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핵 공유 체계는 실현 가능하다”면서도 “현재로선 한·일 내부에 이를 뒷받침할 정치적 지지가 거의 없어 비생산적인 내부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